지난 8일 오후, 조용하던 IT서비스업계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이날 한 매체에 의해 난데없이 포스코(POSCO)와 삼성그룹 간의 ‘빅딜설’이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놀란 것은 IT서비스나 재계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살펴보니 빅딜설의 내용 자체가 좀 충격적입니다. 이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포스코가 작년부터 협력관계를 강화해왔으며 최근 정준양 회장과 김순택 삼성그룹 부회장(미래전략실)이 빅딜을 위한 사전 MOU(양해각서)를 맺었다는 것입니다.

 

MOU의 내용도 다소 구체적입니다. 즉 포스코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분 20%를 인수하고, 그 대신 포스코측은 삼성측에게 자사의 보유한 자사주 11% 중 5%와 포스코ICT 주식 52%를 넘긴다는 게 골자입니다.

 

쉽게 말해 포스코가 삼성중공업의 주요 주주가 되고, 그 대신 삼성그룹은 포스코의 2대 주주로 등극함으로써 사실상 ‘제철’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입니다. 그 배경으로 포스코가 인수전에서 실패한 대우조선해양 사례가 거론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포스코가 자신의 지분을 삼성과 맞바꿈으로써 소원을 이루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내용은 언뜻 그럴듯해 보여도 상식선에서 따져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적지않은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중공업의 지분 20%를 포스코에 넘기면 삼성의 보유지분 구조상 이는 사실상 매각을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경기 침체 때문에 중공업의 업황이 부진하다고는하나 삼성이 과연 그런 매각 결정을 할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포스코측도 "정준양 회장과 김순택 부회장이 만난 사실 자체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빅딜설에서 거론됐던 포스코의 IT서비스회사인 포스코 ICT는 이날 오후 한국거래소(KRX)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최대 주주인 포스코가 삼성그룹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날 ‘빅딜설’은 몇시간만에 해프닝으로 정리됐으나 IT서비스업계는 좀 더 다른 측면에서 민감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빅딜 시나리오에서 IT서비스업계의 대형사중 하나인‘포스코 ICT’가 핵심적으로 거론됐기 때문입니다.

 

◆빅딜설이 정말로 현실화된다면...IT서비스업계에 미칠 후폭풍은?

 

'만약 이번 빅딜설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된다면 IT서비스업계 어떻게 될 것인가?' 결과적으로 이번 빅딜설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현재 IT서비스업계가 여전히 궁금해하는 관심사입니다. 만약 구체화된다면 흥미로운 장면들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삼성그룹은 결과적으로 삼성SDS와 포스코ICT라는 초대형 IT서비스 기업을 두 개나 갖게 됩니다. 삼성그룹은 두 회사를 합병시키는 수순을 밟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SDS + 포스크ICT'의 조합은 이제껏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구도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당분간 삼성SDS에 맞설 적수는 없게됩니다. 삼성SDS는 2011년 3조6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포스코ICT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5조원대의 외형으로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삼성SDS와 경합을 벌여왔던 LG CNS나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IT업계의 시각에서 봤을때 더 주목할 것은 삼성SDS와 포스코ICT가 결합했을 경우 나타나게 될 시너지효과입니다.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예측이되는 국내 시장은 논외로 치더라도 해외 ICT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해외시장 확대가 필요한 우리나라 IT서비스업계 입장에서 봤을 때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활로 찾아야하는 IT서비스업계, "M&A 시나리오에 민감할 수 밖에..."

 

포스크과 삼성그룹간의 빅딜설,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돼나온 삼성SDS와 포스코ICT의 결합 구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로선 실현되기 어려운 부자연스러운 가정입니다.

 

그러나 이날 제기됐던 '빅딜설'이 꼭 아니더라도 최근 국내 IT서비스업계의 상황은 매우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대형 IT서비스회사가 공공 IT부문에서의 사업환경 악화를 우려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형 IT서비스 회사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중견 IT서비스업체나 SW회사를 M&(인수합병)할 것이라는 루머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SDS는 최근 금융솔루션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누리솔루션(대표 김종현)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공공’이외의 IT서비스 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상황에서 빅딜설이든 뭐든 기존의 시장구도에 변화를 줄만한 변수에 IT서비스 업계가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막 분출되려는 용암과도 같습니다.


포스코-삼성 빅딜설이 단순한 해프닝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요즘 IT서비스업계의 분위기입니다.

2012/05/10 00:44 2012/05/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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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보기술을 이끌어왔던 성호그룹의 송재성 회장이 19일 새벽, 7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006년 10월, 당시 IT서비스업계에서는 생소한 기업이 회자됩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새주인으로 나타난 ‘성호그룹’이 그 주인공.

그리고 성호그룹을 이끌고 있는 70대 중반의 한 백발 노인에 주목합니다.

바로 ‘깐깐한’ 인상의 송재성 회장(사진)입니다.

성호그룹은 당시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였던 미라콤아이앤씨 등으로부터 35.1%의 지분을 매입합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과정일뿐 앞서 지난 2004년 현대정보기술의 주인이된 미라콤아이앤씨는 성호그룹의 ‘대리인’에 불과했고, 실제 주인이 2006년에 드디어 전면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현대정보기술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죠.

2004년 당시, 현대아산,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의 본격적인 해체 후유증으로 현대정보기술의 경쟁력은 이미 예전에 비해 크게 악화될 때입니다.

실제로 오토에버닷컴 등 현대가 내에서 세분화된 IT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나고 제역할을 찾기 시작합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결국 매각되고,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대형사로 분류되던 현대정보기술이 ‘중견회사’로 다운 사이징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송회장은 1932년 4월 전북 익산 태생으로 한양대 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내무부 항만과(53년), 건설부 해안항만청(76년) 등을 20여 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48세 라는 늦은 나이에 기업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송회장은 하고 많은 IT회사들중에 왜 하필 현대정보기술을 주목했을까요?

공직자 출신인 그의 인생 이력을 보면, 과연 IT에 심취할만한 동기가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그때는 IT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을때이기도 한데 말이죠.

실제로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도 “왜 송회장이 IT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는 질문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물론 홍보담당자들은 전형적인 ‘교과서’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송회장은 ‘현대’라는 타이틀에 큰 가치를 부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광할한 용인 마북리 데이터센터도 그에게는 다시 현대정보기술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송회장은 현대정보기술이 현대그룹과의 끈이 공식적으로 끊어졌지만 ‘현대가’와의 비즈니스 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현대정보기술과 현대그룹’.

송회장은 타계했지만 이는 현대정보기술의 과거의 이슈가 아닌 미래의 이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프레임입니다.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현대정보기술은 향후 현대그룹과 어떻게 다시 결합해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현재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로 짜여져 있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구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물론 여기서 ‘현대그룹’이란 ‘범 현대가’를 의미합니다.

인사운영에 있어, 송회장은 현재 현대정보기술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을 비롯해 능력이 검증된 ‘현대’ 출신 전문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성을 고려한 그의 용인술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도 이점을 인정합니다.

또한 송회장은 지난해 현대정공 등 구 현대그룹 계열사들에게 현대정보기술을 매각하는 방안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차이가 맞지 않아서 매각협상이 깊게 진전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회사 주변에서는 M&A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제3자로의 매각 가능성 과 현대HDS 등 범 현대가의 IT회사들과의 합병 가능성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당분간은 송회장의 타계로 인해, 현대정보기술은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전략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M&A 등 기존 내부 이슈가 보다 활발하게 표출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어찌됐든 송회장의 타계로 ‘그의 의중’이란 변수가 사라졌기때문입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정보기술은 홀수해보다는 짝수해에 비교적 비즈니스가 잘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신규 IT아웃소싱 사업을 수주하는 등 괜찮은 페이스”라고 전했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국내 최고수준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아웃소싱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IT서비스 회사입니다.

물론 송회장이 바랬던 ‘세계적 IT회사’의 수준 만큼 현대정보기술은 아직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위상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입니다.

송회장이 꾸었던 글로벌 IT회사로의 꿈. 아무쪼록 그 꿈을 향해 현대정보기술의 임직원들이 앞으로도 노력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박기록 기자>rock@daily.co.kr

2010/05/19 15:04 2010/05/19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