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폭염이 쏟아져도 '입추'가 지나면 아침 코끝을 스치는 바람 냄새가 미세하게 달라짐을 느낍니다. 가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죠.

조금 있으면 이유없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어느 정도 절정을 지나는 이 시기가되면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IT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의미있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좀 우울합니다. '전세계 PC시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PC 수요 감소'를 '경기 침체'로 곧바로 연결짓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아무튼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실제로 전날(10일 미국 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인텔, AMD, 엔비디아 등 컴퓨터 칩 관련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인텔은 4.2%, AMD는 8%, 엔비디아는 4.5% 씩 각각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8% 미끄러졌습니다. JP모건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HP, 에이서 등 주요 PC 메이커들이 노트북 부품과 반도체 물량을 줄였다고 분석하고 IT업체들의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역시나 11일 개장한 우리 증시에서도 IT주는 오전 개장과 동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주들을 포함해 삼성전기,LG전자, LG이노텍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여의도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IT 대표주들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매도가 눈에 띤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면서 IT가 당분간 증시에서 주도주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습니다.

아시다시피 IT는 지금까지 우리 증시를 1000포인트 미만에서 1700포인트로 끌어올려 지탱한 일등공신입니다. 특히 지난 2008년말, 글로벌 반도체시장을 놓고 벌인 극한의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살아남은 것은 지나고 보니 증시에서는  드라마틱한 반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들은 일단 뒤로하고, IT경기가 '절정'을 지나는 모습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확산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LCD 등 디스플레이 분야도 이제는 공급과잉 우려가 부각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IT대표주들의 '조정', 나아가  IT경기의 일시적(?) 후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출구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 나라는 얼마전 금리인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습니다.

실제로 월가의 투자가들도 궁극적으로 PC수요의 감소를 각국의 '출구전략'의 시행에 따른 '경기 침체'로 보았습니다. 다만 이를 '더블딥' 상황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반도체 재고 소진 정도의 '일시적 후퇴'로 인식하느냐는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게 나타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만 따로 놓고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물론 국내 IT산업도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에 따른 경기침체는 큰 문제가 안되는 듯 합니다.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측 가능한 시장은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기때문에 힘들기는 해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나비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최근 증가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위협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Country Risk)가 훨씬 더 커보입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약점입니다.  무디스와 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를 아직은 심각하게 보지않고 있습니다.  

과거 서해교전, 천안함 사태 등 수차레 현실화됐었던 북한발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항모가 출동하고, 여기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의 상황은 예년과는 달라 보입니다. 물론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중국 변수'를 의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부동산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는 결국 빚내서 집을 산 가계의 부실화와 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현실화되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IT경기를 후퇴시키는 훨씬 더 위험한 요소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눈에 거슬리는 기사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집가진 거지, 즉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고 이름을 붙였더군요. 

빚내서 주택을 구매한 가계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이자폭탄'에 신음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사실 이 문제가 소프트랜딩되지 못한다면 IT시장 침체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금융 당국에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국내 IT시장은 겉보기엔 화려합니다.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은 그동안의 IT시장 침체를 분위기 상으로나마 덮어주는 듯 합니다. 또한 모바일 오피스를 비롯한 관련 IT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보면 역부족입니다.

IT경기의 부침을 정상적인 경기의 사이클에서는 찾는 것이 아니라 'IT외적인 요인'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 국내 IT업계로선 큰 부담입니다. 더욱이 그동안 IT경기 활성화의 혜택에서 소외됐던 중소 IT업체들은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한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2010/08/11 17:41 2010/08/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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