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장검무 의재패공(項莊劍舞 意在沛公)’.

‘항장이 칼춤을 추는 의도는 패공을 해치려는 데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하면서 이 고사를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드 배치로 북한의 핵을 방어하겠다는 것은 기만이고, 진짜 의도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 고사를 인용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이렇다면 중국의 대응은 어떤식으로든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다. 그리고 또 그 후폭풍의 강도는 어떤 수준일까하는 점이다.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이미 보이지 않는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코스피시장에서는 관련 업계의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실제로 LG생활건강 등 화장품과 한류와 관련한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인용한 고사를 너무 민감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관리들이 인용하는 고사에는 반드시 품고있는 의미가 있기때문에 전후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언중유골, 즉, 말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세객'이란 표현이 있듯이 중국은 외교적 언사에 매우 민감한 역사를 가졌다.

앞으로 중국의 행보를 예측하려면 왕 외교 부장이 언급한 '홍문의 연회'와 관련한 당시 전후 상황을 좀 넓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문의 연회'는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공동의 적인 진나라를 제압한 뒤 천하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중 비교적 초기에 생긴 사건이다.

한-초 경쟁 초기, 초의 항우는 한의 유방을 압도하는 군사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나라는 현재 양자강 이남 지역을 근거로한 지역이다. 대체적으로 중국 역사에서 이 지역 출신 인물들은 일일히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항우는 유방을 번번히 놓아준다. 항우는 카리스마가 전혀없는 유방을 아예 자신의 상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우를 위협할 유일한 대항마로써 유방의 능력을 제대로 꿰뚫어본 유일한 사람은 항우의 책사 '범증' 뿐이었다

홍문의 연회를 기획한 것도, 항우의 수하인 항장에게 칼춤을 추게하면서 유방을 없애버리려고 한것도 범증이다. 그러나 범증은 유방 제거에 실패하면서 항우의 몰락을 예견한다.

결국 변방의 요새인 스촨지역으로 스스로 물러나 몰래 힘을 키운 유방은 때를 기다린다. 최고의 전략가 장량, 명장 한신 등 뛰어난 참모들을 앞세운 유방은 마침내 항우를 무너뜨린다.

유방의 군대에 쫓겨 해하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 항우는 초나라 땅으로 탈출해서 뒷일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우회와 오추마에게 작별을 고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중국의 경극 '패왕별희'의 중심 테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기가 좀 흘렀지만, 왕이 외교부장이 이 고사를 굳이 인용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속뜻은 아마도 '최후의 승자'는 유방이었다는 것인지 모른다. 항우의 장수 항장의 칼끝이 '사드' 로 표현됐다면 당연히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은 유방, 즉 '중국'을 의미한다.

상황을 대입해보자면, 지금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G2의 기세가 남중국해에서 맹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결국은 자신들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의미가 된다.

초-한의 쟁패로부터 2500년 후, 중국 대륙에는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과 공산당의 모택동이 격돌한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장개석의 국민당 군은 게릴라 수준의 빈약한 전력을 가진 공산당 홍군(紅軍)을 섬멸하는데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그 유명한 장정(長征)이다. 대장정이라고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 홍군이 국민당군의 포위망을 뚫고 9600km의 거리를 걸어서 옌안으로 탈출, 반격의 실마리를 찾고 끝내 역전에 성공한다.

과민한 해석일 수 있지만, 홍문의 연회를 언급했다면 중국이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비교적 긴 시간을 가지고 압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환구시보'를 비롯한 여론전을 통해 압박을 하고 있지만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게 중국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민간부문에서의 '반한류'기류가 형성되는 수준이다. 무역및 통상분야에서의 압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인증과 관련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관련 업체들이 앞으로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가 예정대로 보다 구체화되면 중국도 좀 더 강한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거나 외교의 본질은 국익이다. 중국과의 수교이후 지금까지 20여년의 훌쩍 넘는 시간동안 경제부문에서 대 중국 비중은 엄청나게 커졌다. 교역규모로 치면 중국은 이미 미국과 EU에 앞선 1위다.


IT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우리 나라의 주력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역시 중국 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보와 경제적 실리,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슬기로운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박기록 기자>rock@daily.co.kr
 
2016/08/10 12:20 2016/08/10 12:20
TAG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는 어느정도 잠잠해진 것 같다.  '땅콩 리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지난 2주동안 거센 여론의 질타를 지나 이제는 한발짝 떨어져서 우리 나라 갑질문화에 대한 반성, 기업의 위기대응 능력과 같은 사회문화적, 경제적 관점에서의 담론으로 한발 물러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왠지 IT업계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겐 이제부터 '땅콩리턴'이란 먹이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는 싸늘한 느낌이 든다.  

'땅콩회항 파문으로 대한항공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소셜 분석을 하고, 이에 신속한 대응을 했더라면....'  어찌보면 하나 마나한 뒷북치는 가정을 세워놓고 너도 나도 빅데이터 세일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대한항공이 빅데이터(Big Data)에 더 적극적이었다면 ‘땅콩 회항’ 파문을 최소화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기술적으로 전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뉴스(News)와 링크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서 생성되는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내는 ‘소셜 분석시스템’들이 몇 년전부터 국내에서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이렇다할 활용사례는 없는 듯 보인다. 이 솔루션은 기업에 불리한 뉴스가 SNS를 통해 급속하게 유통되는 시점에서 실시간으로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기업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서비스, 유통, 통신, 금융 등 수많은 불특정 소비자들에 직접 노출된 B2C 기업들에게 국내외 뉴스를 중심으로 분석해내는 미디어 분석(Analytics)시스템을 제시하고 있다.

  ◆“나쁜 뉴스에 실시간 대응,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 = 원래 이 솔루션은 기업들이 블랙 컨슈머를 조기에 잡아내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블랙 컨슈머가 SNS 등을 통해 악의적인 내용을 뿌릴때 즉각 대응하기위한 수단이다.  이를 테면 기업은 SNS상에서 팔로워수, 트윗수,를 분석하고, 긍정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을 내용을 인덱스를 통해 즉시적으로 산출해낸다.

물론 SNS 뿐만 아니라 키워드를 통한 특이동향 분석이 가능하다. 콜센터(컨텍센터)에서 처리되는 상담및 녹취내용,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접수되는 이메일 내용 등도 분석이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선제적으로 이를 이용하여 키워드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
 
◆빅데이터의 궁극적인 한계는?  결국 '인간' =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솔루션의 사용설명서에 나타난 워딩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악의적인 뉴스, 불리한 뉴스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 빅데이터(분석) 솔루션을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회사에 맡는 방대한 SI(시스템통합)작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S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가진 고유의 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해야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비정형데이터를 예리하게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한 빅데이터 인프라를 갖췄다하더라도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위기대응 매뉴얼과 조직, 또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의 후속 프로세스를 갖췄는지는 기술외적인 문제다.

즉, 소셜 분석시스템에서 아무리 ‘중대 위험’ 시그널이 쏟아낸다해도 이를 기업의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거나 구조적으로 의사 전달 프로세스가 막혀있다면 실시간 대응이 불가능하다. 또한  정작 기업의 오너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하게 된다면 이 역시 파국은 피할 수 없다.  
 
분석의 결과치를 놓고 기업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인사이트(Insight)의 문제는 빅데이터 논쟁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가장 IT화 하기 힘들다.

실제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의 수많은 ‘전문가(expert) 시스템’과  인텔리전스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보험사기방지시스템(FDS)는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을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고,  보험료는 더 오르고 있다.  

빅데이터를 만능처럼 전도하는 전문가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아무리 IT가 발달해도 결국 ‘인간’이란 한계는 극복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IT에게 책임을 묻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땅콩리턴 사태를 계기로, 그 사회의 문화나 의사결정의 투명성, 조직의 민주적 소통방식에 따라 IT의 효과도 얼마든지 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2014/12/22 16:47 2014/12/22 16:47

6월 중순 어느날.

기자가 작별인사를 위해 찾아갔을 때, K부장은 차분하게 명함을 한장 한장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지 올해로 38년째. 꿈많던 열혈 청년이 머리 희끗 희끗한 초로의 장년이 되기까지... 긴 세월입니다. 그것도 한 직장에서 말이죠.   

입행 이후 은행 IT본부에서 잔뼈가 굵은 K부장은 ‘임금 피크제’와 ‘명예퇴직’ 두 가지의 선택에서 고민하다가 최근 명예퇴직을 선택했습니다. 퇴직을 해도 간직해야할 추억과 사람은 여전히 많은가 봅니다. 명함 정리에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퇴직, 그래도 난 행복하다”

“딸은 작년에 시집을 보냈고, 아들은 미혼이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홀가분합니다.”

K부장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퇴직을 앞둔 소회가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가장(家長)으로써, 아버지로써의 책임을 대과없이 완수했다는 데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미련, 그런 것 보다는“이제 자유를 얻었다”며 행복해 했습니다.

요즘처럼 불안한 국내 고용 문화에서 거의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HSBC보험그룹이 17개국을 조사했더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하면 떠오르는 것이 ‘돈 걱정’이었고 영국인은 ‘자유’라고 대답했다는데, 이런 기준에 맞춘다면 K부장은 평균적인 한국의 샐러리맨들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K부장에게 ‘도대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만족을 하시길래‘자유’를 느끼시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만족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매우 ‘상대적’이기 때문이죠. 특히 은퇴를 앞둔 시기, 삶의 가치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그런 나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수만금을 손에 쥐고 있어도 그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자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소박하지만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진정으로 ‘자유’를 느낄겁니다.

평소 K부장의 소탈한 성품을 감안할 때, 그는 후자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퇴직후 계획? 생각해놓은 것은 있지만...”

그는 퇴직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조금씩 생각해 놓았다고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취미로서 ‘침술’ 배우는 것 등을 생각하고 있다는 군요.

물론 K부장은 지난 38년간 IT인으로써 몸에 밴, 마치 본능과도 같은 생활습관 때문에 조금은 멍하다고 했습니다.

 “며칠전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는데 처음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못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막상 퇴직하고나니) 부부가 따로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면서 웃었습니다.

누구나 은퇴 이후를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됐을때는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K부장에게도 은퇴 이후의 삶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갈 듯 합니다.  

 

한편‘(은행원으로써) 임원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K부장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솔직히 아쉬움은 크게 없습니다. 애초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으니까.... ”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예전 은행의 IT부서는 한직으로 인식됐습니다. 쉽게말해 ‘승진 코스’가 아니었죠.

 

은행내 부행장급이 IT부서의 업무까지 분장해도 실제로는 IT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CIO의 역할이 정착되기 이전, 10여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IT부서장 선에서 IT전략및 의사결정이 대부분이 이뤄졌습니다.‘전산부장’, ‘전산정보부장’이 사실상 CIO(최고정보화담당 임원)으로써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부장 직급이면 아쉽지만 IT부서에선 올라갈때까지 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종합온라인, 차세대... 가장 기억에 남는다”

 

IT부서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무엇일까요?

K부장은 지난 1990년대 초반, IBM기반의 '종합 온라인'환경으로의 전환, 그리고 2005년 차세대시스템으로의 전환,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물론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농협 전산마비 사태도 그에게는 잠재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사건으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종합온라인 도입은 우리 나라 은행의 업무처리가 IT기반으로 전환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건입니다. 물론 1970년대에도 은행 전산화는 시작됐지만 은행 업무 프로세스가 혁신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종합온라인이라고 봐야죠.”
 
K부장은 간부가 돼 수행한 지난 2005년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해선 “지금에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기술적으로 두려움이 많았다”고 술회했습니다.

실제로 K부장이 속한 E은행은 국내 대형 시중 은행중에서는 처음으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개방형 환경으로 전산시스템을 전환함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많은 은행과 2금융권에서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줄을 이었습니다.  종합온라인과 차세대사업은 그에게 IT인으로 살아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빛나는 훈장입니다.

 

◆전산장애 스트레스로부터 해방

K부장은 커피를 앞에 놓고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러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 일어난 현대캐피탈과 농협 전산장애에 대한 생각, CIO의 역할,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과의 장단점 비교, 금융회사 IT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스마트 금융 등등 IT전문가로써, 인생선배로써 말이죠. 

특히 K부장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금융산업에 있어서도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조류”라고 규정하고, 어려운 과제를 맡은 후배들을 격려했습니다. 

K부장은 기자와 만나는 1시간 여동안, 담배 한 개피를 손에 들고만 있었습니다.

‘부장님, 이제 인터뷰가 거의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불을 붙였습니다.

‘이젠 담배도 끊으셔야죠?’라는 말에 K부장은 “사실 내가 예전에 두 번 끊은적이 있어요. 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K부장은 담배를 끊기위해 서울 인사동에 있는 전문 기치료사에도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때마다 ‘전산장애’가 발
생해 결국 다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는군요.

K부장에게 전산장애는 애써 끊었던 담배를 다시 찾게할 정도로 만성적인 스트레스였다고 생각하니 안쓰럽습니다.

 ‘이번엔 금연에 꼭 성공하시겠네요. 앞으론 전산장애 걱정할 일이 없으시니...’ 라고 웃으며 작별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K부장도 호탕하게 같이 웃어주었습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2011/06/27 16:49 2011/06/27 16:49

아마 미리 약속이 돼 있지 않았었더라면 그는 기자인 저를 절대로 만나주지 않았을 겁니다.

보나마나 최근 발생한 농협 전산마비 사태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죠.

그는 바로 IBK시스템의 김광옥 대표(사진)입니다.

지난 2008년 말, 갑작스럽게 농협을 떠났다가 지난해 11월 IBK그룹 계열의 IT자회사인 IBK시스템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김 대표는 과거 농협 IT분사장을 역임했고, 특히 농협의 최대 IT사업이었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인물. 업무 추진에 있어 특유의 뚝심, 조직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은행권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 IT업계에서도 유명했습니다.

농협이 아닌 IBK그룹에서 새출발한 그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당초에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과거의 추억, 그리고 IBK시스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자.'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지난 12일, 농협 전산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상황은 심각하게 전개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해킹인지 내부자의 소행인지를 놓고 혼란은 계속됐습니다.

약속 날짜가 다가오자, 김대표의 얘기를 꼭 듣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농협 IT에 대해 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마 농협 IT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거의 2년만에 만나 환한 미소를 짓는 김대표에게 기자는 다짜고짜 농협 사태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금융IT 분야만 10년을 취재했지만 이번 농협 사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정말로 궁금했던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상했던대로(?) 그는 말을 극도로 아꼈습니다.
민감한 질문에도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며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습니다.

지극한 사적인 질문에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히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중 일부 잘못된 내용에 대해선 '그건 그게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농협 전산사태가 발생하자 농협측에서 김대표에게도 도움을 구했고, 적극적으로 시스템 정상화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 아닌 인터뷰, 비록 몸은 이미 떠났지만 농협 IT조직에 많은 애정을 느끼고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얘기도중 농협 IT본부 분사의 직원들을 가르켜 아직도 '우리 아이들'이란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쓸정도로 말이죠.

인터뷰 말미, 내내 말을 아껴오던 김대표가 오히려 부탁을 했습니다.

"지금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은 농협 IT 직원들이다. 며칠째 잠도 못자고 정부 감사 받으랴, 언론 대응하랴 정신없을 것이다. 사고가 빨리 수습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업무의 정상화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그들을 다시 격려해 달라."

그 순간엔 마치 농협 CIO였던 예전의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농협 전산사태가 발생한지 이제 열흘이 훌쩍 넘어갑니다. 김대표와 인터뷰를 한지도 그새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양재동 농협 전산센터 앞에 장사진을 쳤던 취재진도 철수했고, 긴박한 상황은 대충 정리됐습니다.

무심하게 흩날리는 벚꽃, 그러나 농협 IT직원들에게 올해 4월은 잔인했습니다.

세상의 인심이 그들을 매몰차게 몰아부쳤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들을 여전히 믿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2011/04/26 18:11 2011/04/26 18:11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