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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5 26년만의 퇴장....류필구 대표에게 IT는 무엇이었을까

노틸러스효성이 15일, 손현식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앞서 하루 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도 금융사업본부 및 PS사업본부장 맡아왔던 양정규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이로써 효성그룹의 주력 IT계열사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노틸러스효성은 CEO가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습니다.

두 CEO 모두 업무에 정통한 '실무형 CEO'로 평가받고 있고 그룹에서 거는 기대도 큽니다.  

한편으로, 그동안 두 회사의 CEO를 맡아왔던 류필구 대표(사진)는 오랫동안 몸답았던 IT업계를 결국 떠나게 됐습니다. 

1972년 동양나이론(효성의 전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985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즈(HIS)가 설립되자 관리부장을 시작으로 IT업계에 첫 발을 내디딘지 무려 26년만입니다.

류 전 대표는 이제 효성그룹의 건설PG를 맡아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게 됩니다.

효성그룹은 7개 사업부문(PG)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동안 그룹내에서는 섬유PG 등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건설PG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류 전 대표에게 중책을 맡겼다고 합니다.

효성그룹 관계자들은 조석래 회장, 이상운 부회장, 류필구 전 대표를 '빅3’로 예우하고 존경한다고 합니다. 그룹에선 그만큼 류 전 대표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군요.

류 전 대표는 사람 좋아 보이는 후덕한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끄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이끌던 류 전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는 노틸러스효성의 CEO까지 겸직하게 됩니다. 당시 금융자동화기기업계의 출혈경쟁과 금융권의 구매 축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노틸러스효성은 류 전 대표 취임 이후 안정을 되찾는 기반을 마련하게됩니다.  

류 전 대표는 효성그룹의 IT계열사를 '강한 조직'으로 담금질했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1998년 IMF,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 위기가 닥쳤을때 발휘됩니다.  위기때 오히려 좋은 실적을 냄으로써 반전의 드라마를 써냈습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시장이 좋지않을때 2009년 2160억원, 2010년 2304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효성인포메이션과 노틸러스효성, 두 회사 직원들이 류 전 대표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는 약간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는 아마도 함께 했던 시간의 차이 만큼일 겁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직원들은 류 전 대표를 ‘엄한 아버지’ 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도 많이 났지만 그래도 힘들때 가장 찾고 의지하고 싶은 어른의 이미지. 거기엔 어려운 시기를 뚝심으로 돌파한 리더에 대한 애틋한 존경이 담겨있습니다.

한 직원의 회고입니다. “(류 전 대표는) 어려울때 구조조정의 칼날을 꺼내들지 않았다. 책임감과 현장주의를 강조했다. '책임'이란 실패했을 경우 자리는 내놓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협력해서 결국 성취해 내는 것으로 정의했다. 직원들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반면 노틸러스효성은 불과 5년(?)밖에 대표로써 재임기간이 짧았던 탓일까요. 류 전 대표에 대한 기억은 무겁기보다는 밝은 이미지였습니다. 또한 효성인포메이션 직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기억하는 듯 합니다.

한 직원은 류 전 대표가 노틸러스효성에 '행운(幸運)' 몰고 온 '행운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그래서 그룹 건설PG도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행운을 빌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류 전 대표가 CEO로 취임한 이후 국내에선 5000원권, 1만원권 신권 발행 특수가 구체화됐고 노틸러스효성은 그것을 계기로 금융자동화기 시장 1위를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해외 금융자동화기 시장 공략을 서둘렀고 최근에는 실적도 상승곡선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재임기간은 길었지만 류 전 대표는 IT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IT업계에서 스티브 잡스 처럼 쇼맨십이 화려한 사람들만이 CEO를 맡아야 한다는 원칙이란 게 있었다면 류 전 대표는 CEO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을 겁니다.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았고, 경쟁사와 첨예한 시장경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언론 플레이라는 것도 없이 IT업계의 듬직한 맏형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냈습니다.

비록  효성이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역할로도 그는 충분히 IT업계의 존경을 받을 만 합니다. 

45년생인 류 전 대표가 다시 IT업계로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훗날 IT코리아의 영광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그의 이름도 함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02/15 12:36 2011/02/15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