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재계 순위 21위의 현대그룹이 재계 2위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을 따돌릴 수 있을지가 세간의 관심사 입니다.


TV 광고가 현대건설의 새주인을 결정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TV 광고속에서 보여지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회장 부자(父子)의 모습은 애틋하기만 합니다.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다보니 현대건설은 물론이고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 등 이번 인수전과 직접간적으로 연관이 있는 회사의 주가도 최근 한달사이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현대건설 지분(34%)인수를 위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또 다시 관심을 받은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과거 현대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였던 현대정보기술입니다. 최근 현대정보기술의 M&A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이유때문일까요? 이 회사의 주가도 지난 몇개월동안의 횡보를 벗어나 20%~30% 상승했습니다.


다만 현대정보기술 관계자는 "회사의 매각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과거에도 M&A 가능성때문에 주가가 몇번 출렁거렸고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정보기술은 지분구조상 현재 현대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입니다.지난 2003년, 현대정보기술은 미라콤 아이앤씨에 매각됐고, 이후 2006년 10월에는 다시 성호그룹으로 매각됐습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현대정보기술은 과거 범 현대가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범 현대가의 여러 계열사와의 SM(시스템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던가, 아니면 과거 대주주였던 현대전자 출신의 인력들이 여전히 현대정보기술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수년전부터 현대정보기술의 M&A설이 계속 나왔습니다. 물론 번번히 루머로 끝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루머 차원이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용은 예년보다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크게 거론된적이 없는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정보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현대차그룹과 함께 범 현대가의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왜 IT서비스회사인 현대정보기술에 관심을 갖는지는 논리적으로 쉽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이는 아마도 범 현대가의 정황 논리가 조금은 작용한 듯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오토에버닷컴이라는 IT서비스회사를 계열사로 운영중이고, 현대그룹도 같은 성격의 현대유엔아이를 몇해전 설립했습니다.


결국 현대중공업도 대외 SI(시스템통합) 수행 능력을 겸비한 IT서비스 회사가 필요해졌기때문에 현대정보기술 인수자로 부각됐다는 것입니다.  



앞서 올해초까지만해도 현대정보기술이 현대가로 다시 매각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현대차그룹이 비교적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가 현대정보기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고, 성호그룹측과 협상까지 진행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는 내용입니다. 현대차그룹과 관련한 여러 소문들중에서 역시 주목할만한 것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한때 개인적으로 현대정보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는 내용입니다. 



한편으론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인 성호그룹이 지난 5월 송재성 회장의 사망으로 인해 현대정보기술의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타이밍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뒤로하고, 현대정보기술 입장에서는 범 현대가로 매각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시장에서도 그것이 가장 큰 시너지를 보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으로 촉발된 범 현대가의 전쟁. 그러나 이를 뒤집어, 긍정적으로 해석석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넓게 본다면, '현대'라는 브랜드가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힘을 비축해 다시 부활하려는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정보기술도 비록 현대그룹에선 일찌감치 떨어져 나왔지만 현대가에 다시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010/10/10 17:25 2010/10/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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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보기술을 이끌어왔던 성호그룹의 송재성 회장이 19일 새벽, 7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006년 10월, 당시 IT서비스업계에서는 생소한 기업이 회자됩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새주인으로 나타난 ‘성호그룹’이 그 주인공.

그리고 성호그룹을 이끌고 있는 70대 중반의 한 백발 노인에 주목합니다.

바로 ‘깐깐한’ 인상의 송재성 회장(사진)입니다.

성호그룹은 당시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였던 미라콤아이앤씨 등으로부터 35.1%의 지분을 매입합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과정일뿐 앞서 지난 2004년 현대정보기술의 주인이된 미라콤아이앤씨는 성호그룹의 ‘대리인’에 불과했고, 실제 주인이 2006년에 드디어 전면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현대정보기술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죠.

2004년 당시, 현대아산,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의 본격적인 해체 후유증으로 현대정보기술의 경쟁력은 이미 예전에 비해 크게 악화될 때입니다.

실제로 오토에버닷컴 등 현대가 내에서 세분화된 IT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나고 제역할을 찾기 시작합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결국 매각되고,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대형사로 분류되던 현대정보기술이 ‘중견회사’로 다운 사이징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송회장은 1932년 4월 전북 익산 태생으로 한양대 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내무부 항만과(53년), 건설부 해안항만청(76년) 등을 20여 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48세 라는 늦은 나이에 기업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송회장은 하고 많은 IT회사들중에 왜 하필 현대정보기술을 주목했을까요?

공직자 출신인 그의 인생 이력을 보면, 과연 IT에 심취할만한 동기가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그때는 IT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을때이기도 한데 말이죠.

실제로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도 “왜 송회장이 IT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는 질문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물론 홍보담당자들은 전형적인 ‘교과서’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송회장은 ‘현대’라는 타이틀에 큰 가치를 부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광할한 용인 마북리 데이터센터도 그에게는 다시 현대정보기술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송회장은 현대정보기술이 현대그룹과의 끈이 공식적으로 끊어졌지만 ‘현대가’와의 비즈니스 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현대정보기술과 현대그룹’.

송회장은 타계했지만 이는 현대정보기술의 과거의 이슈가 아닌 미래의 이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프레임입니다.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현대정보기술은 향후 현대그룹과 어떻게 다시 결합해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현재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로 짜여져 있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구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물론 여기서 ‘현대그룹’이란 ‘범 현대가’를 의미합니다.

인사운영에 있어, 송회장은 현재 현대정보기술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을 비롯해 능력이 검증된 ‘현대’ 출신 전문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성을 고려한 그의 용인술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도 이점을 인정합니다.

또한 송회장은 지난해 현대정공 등 구 현대그룹 계열사들에게 현대정보기술을 매각하는 방안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차이가 맞지 않아서 매각협상이 깊게 진전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회사 주변에서는 M&A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제3자로의 매각 가능성 과 현대HDS 등 범 현대가의 IT회사들과의 합병 가능성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당분간은 송회장의 타계로 인해, 현대정보기술은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전략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M&A 등 기존 내부 이슈가 보다 활발하게 표출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어찌됐든 송회장의 타계로 ‘그의 의중’이란 변수가 사라졌기때문입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정보기술은 홀수해보다는 짝수해에 비교적 비즈니스가 잘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신규 IT아웃소싱 사업을 수주하는 등 괜찮은 페이스”라고 전했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국내 최고수준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아웃소싱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IT서비스 회사입니다.

물론 송회장이 바랬던 ‘세계적 IT회사’의 수준 만큼 현대정보기술은 아직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위상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입니다.

송회장이 꾸었던 글로벌 IT회사로의 꿈. 아무쪼록 그 꿈을 향해 현대정보기술의 임직원들이 앞으로도 노력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박기록 기자>rock@daily.co.kr

2010/05/19 15:04 2010/05/19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