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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정말 소설(?)같은 얘기 하나은행 차세대...'팍스하나'스토리를 읽고

오늘은 독후감을 써볼까 합니다.

혹시 며칠전 짤막한 뉴스를 기억하십니까?
'하나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을 소설로 엮어냈다'는 다소 황당한 그 뉴스...

소설 제목은 '팍스하나 스토리'(Paxhana Story)입니다.
 

'팍스하나'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를 지향하는 하나금융그룹의 혼이 느껴집니다.

마침 궁금하던차에, 며칠전 본지 후배인 이상일 기자가 이 책을 한권 가져다 주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업무를 보면서 시간날때마다 읽느라 꼬박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난후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개고생 했겠네...." (비하의 뜻이 아닙니다. '정말 고생하셨다'는 강조어법 ^^)

소설의 형식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결코 소설이 아닌 숨넘어갈듯한 한편의 진한 리얼스토리더군요. 

오히려 소설의 형식을 빌리지 않았다면 하나은행 IT직원들이 차세대 프로젝트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 고독, 엄청난 책임감 등을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어느 은행이나 '차세대'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한 가 봅니다.
  
이보다 앞서 몇년전 모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에서는 격무에 시달렸던 여직원이 그만 아기를 유산하는  남모를 아픔을 겪었고, 프로젝트가 성공된 후 뒤늦게 그 사실이 밝혀져 직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들여다 보니, 그동안 하나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참 많이 있었더군요. 


소설은, 처음 하나은행 이사회에 차세대프로젝트 규모를 '3000억원, 연인원 1만2000명 투입'으로 보고했다가 '그돈이면 만리장성도 쌓겠다'는 비아냥만 들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차세대프로젝트는 우여곡절끝에 2년간 2000억원 수준으로 재조정된 후 추진됩니다.) 

차세대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하나은행은 기존에 생각했던 차세대 업무개발 요건과 범위를 정합니다. 

특히  채널시스템을 통합해 하나의 마케팅 인프라로 환골탈퇴시키기 위한 MCA(멀티채널 아키텍쳐)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하나은행 직원들이 MCA구현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두려움들도 솔직하게 묻어납니다.

또한 하나은행은 기존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UNIX)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당위성도 비교적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유닉스는 개방형 시스템이라 새로운 기능이나 업무추가가 쉽다. 또 이런 점은 금융상품이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을 결합한 복합 상품으로 변화하는 추세에도 맞았다. - 중략-"

또한 C와 자바, 두개의 개발언어를 놓고도 은행 내부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었던 내용도 기록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예전  '하나은행이 차세대때문에 계급장떼고 싸웠다'는  얘기가 돌았었는데 이제보니 그게 사실이더군요.

그리고 치열한 내부 논쟁끝에 상품처리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은 자바를 적용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외에 시스템 선정과정,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현업 담당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그리고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고 테스트에 들어가기 앞서 현업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교육게임을 개발해 변화관리에 나선 일 등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그동안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겉에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일들처럼 보였지만 정작 차세대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는 22개월이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시간과의 싸움'이 주는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하는 것 없이 시간은 왜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그리고 그러다보면 새벽에 문득문득 눈이 떠지고 소화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과 기도뿐. 

그런 절박한 모습들이  엿보여지는 군요. 

그리고 2009년5월4일, 대망의 시스템 가동일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프레임워크 형상관리의 오류가 발견돼 1000개의 프로그램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다시 바꾸기까지... 일부러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극적인 효과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물론 이 소설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등장하고...언뜻보면 배달의 기수와 같은 정신교재용 느낌도 좀 받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감동이 느껴집니다. 금융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물론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차마 소설로도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 공개하기 쉽지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인과 조직, 권한과 책임,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치....결국 이 소설은 차세대시스템 이라는 기계적 성공보다는 지난 22개월간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우리 나라 금융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부문도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주사업자였던 LG CNS를 포함해 수많은 IT업체들도 이번 프로젝트 성공을위해 하나은행 직원들만큼이나 고생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도 함께 조명해보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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