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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창간 2주년 / 기획] 위기의 IT코리아, 애플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글쎄요. 전세값, 안철수, 정전, 주가, 롯데...”


서울 소재 중견 SI(시스템통합)업체에 다니는 김준용(가명. 43)팀장은 ‘요즘 관심사가 뭐냐. 머리가 복잡하면 생각나는 단어만 나열해도 좋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기서‘롯데’는 프로야구팀)


‘IT쪽엔 뭐 없느냐?’고 물었더니 김팀장은 “당연히 있지만 그건 업무적인 관심사 정도로 놓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SW개발자이기도 했던 그는 '적성도 안맞는 것 같고 건강도 나빠졌다'는 이유로 몇년전 개발일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에게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최근 1~2년간 IT업계에서 회자됐던 이슈에 대해 IT전문가적인 견해를 얘기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의 반응은 의외로 냉소적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김팀장은 “(우리나라) IT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를 붙잡고 얘기를 하는게 이제는 좀 무력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대충 예상했겠지만 그가 느낀‘무력감’의 원인은 국내 여느 IT업계 종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기를 잃은 IT산업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넓게는 IT업계의 양극화에서 부터 말뿐인 ‘공생’과 ‘공정경쟁’, 혁신없는 외형 경쟁, 후진적인 IT수발주 관행, SW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 이미 IT업계에서 수없이 제기했던 그런 내용들입니다.

그런 내용들을 여기서 또 다시 세세하게 열거하며 되새김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분노를 뛰어넘어 김팀장과 같이 평범한 IT업계 종사자들에게 무력감을 던져줄 정도로‘IT코리아’는 정말 위기를 맞게 된 것일까요.


물론 몇 명의 비관적 견해만을 가지고 현 상황을 IT코리아의 위기로 진단하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만 ‘IT코리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 특히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들이 예전에 없었던 ‘위기 경영’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을 보면, 꼭 정치한 논리로 풀어쓰지 않아도 예전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애플 트라우마’ 에 시달리는 IT코리아


IT업계의 전문가들은 ‘애플’의 혁신에 충격을 받은 우리 나라의 IT산업을 빗대 ‘애플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혁신적인 제품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뒤집는 경우, 기존의 시장 지배자들은 '트라우마'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노키아(NOKIA)의 급속한 몰락이 대표적입니다. 인터넷 용어로 '광탈'(광속탈락)수준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휴대폰시장의 1위를 고수해왔던 노키아는 애플, 삼성에게 그 자리를 내줬습니다. 스마트폰 주도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데다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고집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대한 혁신성, 개방성은 거대 IT 기업들의 최고 덕목인것 같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의 행동 양태를 보입니다. 노키아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은 과연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요.


소위 ‘애플 트라우마’로 인한 현상을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 및 사고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OS전략 강화 ▲사활을 건 특허전쟁의 증대 ▲SW 인력 10만 양병설 등 인재육성 프로그램의 확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융합전략 강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례는 지난 8월15일,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가진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휴대폰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회사임을 고려하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인해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해 온 삼성전자, LG전자가 앞으로 휴대폰 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후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OS인 ‘윈도7’으로 휴대폰 출시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됐고, 또한 내부적으로 ‘독자적인 OS’(바다)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 트라우마’ 현상의 긍정적인 부분은 뒤늦게나마 SW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지금껐 수차레 발표했던 SW 활성화 지원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고 NHN 등 주요 IT기업들은 최근 SW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IT교육과정 신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주요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폐지됐던 정통부를 다시 부활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관심과 노력이 쏟아진다고 하더라도‘SW의 경쟁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최근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을 걱정(?)하는 시각도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제 스티브잡스 개인기에 의해 부침을 맞는 수준의 기업이 결코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당 4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약세장이 지속됐던 지난 23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종가는 404.30달러를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은 374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최근 애플 주가의 강세는‘아이폰 5’의 출시 효과가 반영된 이유가 있지만 세계 주요 외신들은 애플의 펀더멘탈(기본기)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애플의 시가총액이 유럽 지역내 32개 은행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애플의 가공할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성장’의 공포....IT산업 활성화 동력은 어디서 =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연 3.6%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해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이 내용은 다름 아닌 삼성그룹의 사장단 회의에서 제시된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저성장’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연 4.0∼4.4%로 전망했지만 삼성의 전망은 이보다 더 비관적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증가세의 둔화, 대외 무역수지악화,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 약화, 재정지출 확대 등 결국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64억 달러에서 내년 96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319억 달러에서 263억 달러로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스, 이태리 등 유럽존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 지속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 연 3.8%에 이어 내년에도 3.5%로 2년 연속 하락하는 등 우리 나라의 주요 IT수출 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곧바로 삼성은 '위기 경영'을 내년 경영전략의 화두로 꺼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시장 주변 여건의 흐름은 IT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의 IT투자도 다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SW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와 꾸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SW산업 활성화, 나아가 IT코리아의 부활을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은 쉽지않아 보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SW산업은 여기 저기서 ‘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말의 성찬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곧 거품이 꺼질 것이고, 제코가 석자인 기업들은 SW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결국 냉정하게 보면 한정된 자원에 기반한‘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순수 SW’로 가야하느냐, 아니면 ‘임베디드 SW’와 같은 산업융합형 응용SW 분야로 가야하느냐는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IT 코리아'로 거듭나기 위한 가장 큰 시련이 이제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2011/09/27 13:51 2011/09/27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