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 또는 나라를 뒤집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란 뜻이다. 실제로 중국 역사에서 여자때문에 나라가 없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역사상 3대 미인중  '서시(西施)'라는 여인이 있다. 특히 이 서시에 얽힌 일화가 유난히 많다.
2500년전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왕 부차에게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기 위해 '와신상담'하던  월왕 구천은 서시를 부차에게 보낸다. 부차는 서시에 빠졌고, 결국 구천은 원수를 갚는다.

'서시빈목(西施嚬目)'.
서시는 고질병인 만성 위염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얼굴을 찡그렸는데 그 모습까지도 너무 아름다웠다. 동네의 못생긴 여자들이 이를 따라했고, 이를 보다못한 주민들이 동네 출입을 삼가고 문을 걸어잠궜다. 찡그린 얼굴을 따라했다해서 '효빈'(效嚬)이란 말이 생겼다.
그리고 침어(沈魚).  연못에 비친 서시의 미모때문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있고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뜻이다. 멋스러운 과장이다.  

아래 사진은 수개월전 대만 언론에 서시의 55대(代) 후손으로 소개된 한 여성의 사진이다.
예쁜가?
무려 55대 후손의 얼굴을 통해 서시의 이미지를 유추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미(美)에 대해 신은 공평하지 않다.
미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끝이 없다. 
탐욕과 인간 본능, 이성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그런 점에서 '포토샵'(Photo shop)이란 어쩌면 이러한 인간 탐욕의 경계선상에  존재하는 IT기술이다.

소위 '포샵질'로 표현되는 기막힌 활용과 왜곡.
평범한 얼굴이 순식간에 '얼짱'으로 변신한다. 여기까지는 엔터테인먼트다.

문제는 그 '왜곡의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이라는 게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심각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심각해 진다.
주민등록증, 여권에 들어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사진도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잡티 제거까지는 용인이 된다.
사실 이것도 엄밀하게 말하면 사진관 주인의 맘일뿐 어느 정도까지 손질을 허용한다는 식의 관련 법 규정은 없다.  
나아가 논문조작에도 포샵질이 활용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범죄가 된다. 

이런 점에서 28일 아주 흥미로운 외신이 떳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이 광고나 잡지사진 속 인물의 얼굴과 몸매를 가공하는 `포토샵`을 규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
이 신문은 프랑스, 영국 의회가 광고나 신문, 잡지 등에 싣는 사진을 컴퓨터로 가공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포샵질의 퇴출이다.
포샵질로 가공된 사진 속 완벽한 몸매를 가진 모델들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느끼고 지나친 다이어트에 몰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과연 통과될까?
알 수 없다.   
표현의 자유, 예술과 실제의 범위, 상업적 광고가 사회의 안전에 미치는 최소한의 기준 등에 대한 치열한 갑론을박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것 또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완벽한 것 같아도 참 허점이 많다.

어쨌든 포샵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좇는 비합리성은 21세기에도 여전하다.
못생긴 동네 여자들이 서시의 찡그린 얼굴을 그대로 따라했던 것처럼, 결국 본질을 가려내는 작업은 시공을 초월하는 수고로움이다.

 

 

2009/09/29 00:55 2009/09/2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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