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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론은 현대의 복잡한 관계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도 결과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지난 3월11일 발생했던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인해 현재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업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자동화기기 업체들은 금융자동화기(CD, ATM) 완제품에 필요한 부품 재고를 거의 매일 파악하는 한편 국내외 부품 조달 라인들을 체크하는 등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금융자동화기기의 주 수요처인 시중 은행들도 최근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ATM 납품 일정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해 달라"며 채근이 대단합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은행권의 금융자동화기기 교체폭이 지난 5년~6년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5000원권, 1만원권 신권 특수로 도입했던 금융자동화기기 교체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기때문이죠.

당연히 금융자동화기업계로선 "왜 하필이때..."라고 탄식을 내뱉을만합니다. 금융자동화기기의 경우,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속품 또는 부품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물론 혹자는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ATM 국산화에 성공했다면서 왠 일본 타령이냐."

실제로 몇해전 국내 금융자동화기기업계는 주력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탑재되는 BRM(환류식 모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BRM만 국산화했다고 해서 ATM에 탑재되는 기타 소재들까지 완전히 국산화한 것은 아닙니다. BRM외에 각종 센서, 특수 구동 벨트 등 수백개의 부품이 완벽하게 결합돼야 하는데 이런 것까지 모조리 국산화하기에는 경제성이 맞지 않습니다. 따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같은 경제성을 맞추기에는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은 너무나 좁습니다.  


결국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을 확보했느냐가 국산화의 기준입니다.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도 일부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물론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등과 같은 업체들은 ATM 국산화의 성공으로 그나마 일본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습니다.실제로 ATM을 뜯어보면 두 번을 놀라게 됩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복잡한 매카닉, 그리고 "아니 이런 것도 수입을 해서 써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질 만큼 소소한 일본제 부품들.

이들 부품중 하나라도 조달이 원활하지않을 경우 완성품은 나올 수 없게됩니다. 또한 ATM 수출에도 당연히 차질이 빚어지게 됩니다.

결국 국내 금융자동화기기업체들로선 일본 현지의 1차 부품 조달 협력업체들의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고 있습니다.

부품이 향후에도 제대로 조달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나 부품수가 워낙 많다보니 1차 협력업체들과 또 다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의 2차, 3차 업체들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를 한국에서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몇몇 일본 협력업체는 대지진 이후, 아직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고 합니다.  


이같은 부품 조달 문제는 사실 일상생활에서 숨을 쉬는 것 처럼, 업계가 예전에는 신경도 쓰지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전무후무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일본이외에서 부품을 조달할수도 있겠지만 부품의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고, 또한 일본제 부품에 알게모르게 커스터마이징된 기기의 특성 등을 고려할때 현실적으로 쉽지않습니다.  


한편 금융자동화기기 업계 관계자들은 "부품 재고 등을 고려할때 향후 1개월~2개월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지진 여파가 장기화되고 일본 주요 산업단지의 전력, 물류 인프라가 당분간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결국 국내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부품의 품귀 현상이 나타나거나 특정 부품의 과부족 사태가 금융자동화기 가격의 폭등으로 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노후화된 ATM을 제때 교체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장애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유지보수비용도 커집니다. 고객의 불편도 당연히 커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ATM 수수료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우리 일상에서의 변화들.


그런데 그런 변화들이 하나 둘씩 모아지게된다면 결국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지불해야할 비용은 얼마나 커지게 될까요. 일본의 대지진 사태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2011/03/22 10:34 2011/03/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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