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우정보시스템

AT커니가 최근 대우정보시스템의 경영권 인수 사실을 공식화하자 IT서비스업계가 정부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한 심기는 딱히 하나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런 저런 요인들이 복합된 듯 합니다.

먼저, 정부 정책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일 많습니다. 사실 '불편한 심기'보다는 '분노'에 가깝습니다. 대기업 계열의 한 IT서비스업체의 관계자는 "아마도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첫 사례일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중소 IT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적 취지를 벗어나 외국계 컨설팅사회사가 낼름 그 과실을 따 먹었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의 실패'? = 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국방, 전자정부 등 특정분야을 제외하고는 공공 IT시장 진입이 어려워집니다.


이젠 어떤식으로든 그 공백을 중견 IT업체들이 메워줘야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견 IT업체들은 공공 IT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지만 그래도 해법을 찾아야합니다.

일단 중소 IT업체들로서는 ▲공공사업을 수행할 전문 인력의 확보 미흡, ▲공공 IT부문의 노하우의 부족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력 충원'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경영상의 선택입니다. 공공 IT시장의 기회는 열렸다고는 하나 매출이 확대된다는 보장도 없고, 더구나 사업이 신통치 않을때는 뽑아놓은 인력들은 고스란히 경영에 부담을 주는 '고정 비용'으로 남게됩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이런 고민의 와중에 뜬금없이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대우정보시스템 인수 소식을 접하니 IT서비스업체들 입장에서는 뒷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과연 AT커니의 대우정보시스템 인수를 '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사각 지대를 교묘하게 파고든 사례로 봐야할까요.


◆분노 보다 불안? = 한편으론 IT서비스업계는 이번 M&A의 성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M&A의 주체가 정체불명의 사모 펀드가 아닌 AT커니처럼 브랜드가 알려져 있고, 실력도 인정받고 있는 회사가 직접 시장을 노크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기존 IT서비스업계를 긴장하게 합니다. '분노'가 미묘하게 '우려'로 바뀌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중견 IT업체들은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빠져나간 공공 IT시장에 고만 고만한 체급이 경쟁자들이 싸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엉뚱하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여우가 나간 자리에 호랑이가 들어앉은 형국일까요.


AT커니와 같은 '의외로 까다로운 복병', '호타 준족'들이 시장에 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제는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IT업계 내에선 'SW산업 진흡법'개정안 에는 이러한 사각지대가 아직도 너무 많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T서비스업계는 상호출자제한 규정에 저축되지도 않으면서 공공IT사업 참여제한 규정에서 매출액 상한기준을 피해갈 수 업체들을 통한 우회로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IT시장에서는 SW산업 진흥법의 테두리에서 자유로운 중견 IT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AT커니의 대우정보시스템 인수발표이후 주식시장에선 M&A 기대감이 반영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부차적인 현상입니다. '몸값'이 아닌 주가는 언제든 변화기 마련이고 본질이 아닙니다.

◆정책의 취지와 방법론의 한계 = 정책입안자들이 법과 제도를 입안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정책의 취지', 즉 방향성입니다.

면 가장 피해야할 것은 정책의 취지는 어느순간 망각한채 법안의 문구에만 함몰되는 경직성입니다.

'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올바른 정책적 취지는 말그대로 SW산업 진흥을 위해 중소 IT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혀주는데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 IT기업의 공생, 그리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자는 정책적 취지는 좋으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하자가 있어보입니다.

상호출자제한 법인에 속하지않은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의 지적이 와닿습니다.

그가 말한 취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기존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의 횡포와 폐해는 말안해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IT업계가 정부에 원했던 것은 '우리들만의 시장(Market)'을 따로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엄정한 시장 질서, 입찰의 투명성, 공정한 기회와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급보증의 문제때문에 100억원대가 넘는 대형 공공 IT사업을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이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중소기업이 웬만한 규모의 정부사업을 마음놓고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지급보증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합니다. 정책의 취지는 바로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2012/05/25 08:19 2012/05/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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