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인 SK C&C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예상을 깨고 실적은 양호하게 나타났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1%가 증가한 5467억원, 영업이익도 529억원을 기록해 12.2%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는 평소같았으면 크게 주목을 받을만한 수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몇가지 중요한 시장 상황의 변화때문에 좀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을 해 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악재에도 경영실적 개선”… 대기업의 저력?   =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올해 심각한 우려속에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경기 불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주지하다시피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군에 해당하는 대기업 IT서비스회사들은  공공IT시장 참여가 제지당했습니다.  

또한 삼성, LG, SK를 비롯한 메이저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 여론의 불똥으로 그동안 계열 IT서비스회사에게 줬던 내부 IT사업 물량을 일정부분 외부 IT업체에 개방했습니다.

 

대형 IT서비스업체들에겐 최악의 시즌임이 분명합니다.


겨우 6개월 정도의 시장상황 변화가 실적에 오롯이 반영되기는 어렵습니다만 SK C&C의 개선된 실적은 의미를 부여할만 합니다. 

 

또 다른 대형 IT서비스회사인 LG CNS도 올해 2분기는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원인이 올해 공공 IT사업 제한 등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통적으로 LG CNS는 상반기에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하반기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사이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LG CNS의 올해 경영실적 추이도 예년과 같이 이런 패턴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S는 앞서 지난 7월부터 대규모 조직개편 통해 금융 등 대외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지만 올해 목표 실적은 역시 지난해보다 높게 잡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이란 생각을 하게됩니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어떤 악재가 닥쳐도 그것을 곧바로 극복해내는 모습은 일반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선 감탄사가 나올만합니다.  

   

SK C&C의 경우, 2분기 실적 개선을 통해 최근 증권가의 호평을 이끌어 냈습니다. 호평의 핵심은 이 회사가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함으로서 공공IT 시장 진입 제한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켰다는 것입니다.

 

회사 관계자도 “회사 내부적으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숫자에 가려진 씁쓸함, IT서비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겉으로 나타난 외형적인 경영실적만으로 안도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앞서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 6일,  SK C&C에 대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SK C&C의 성장 동력중 하나로 중고차 거래 온라인 쇼핑몰인 엔카서비스를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리포트는 엔카네트워크의 작년 영업이익이 191억원으로 SK C&C 영업이익의 10% 수준에 불과했지만 향후 SK C&C가 가진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엔카네트워크의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SK C&C는 2017년까지 엔카서비스의 연간 매출수준을 1조원대로 늘리고,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시각, 즉 국내 IT업계의 시각에서만 놓고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 사업이 IT와 크게 관계없는 비 IT사업부문으로 분류되기때문이죠. ‘IT회사가 중고차사업까지 해야할까’하는 질문입니다.  

 

최근 국내 IT서비스회사들의 실적 분석에 '비 IT부문 매출'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비 IT사업이란 바뀌말하면 꼭 IT회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란 의미입니다.

 

지난해 흥행했던 금융권의 스마트브랜치(Smart Branch) 사업에서 실제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IT가 아니라 점포의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한 IT시장의 영역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최근 IT제품 유통 사업을 추가해 매출 외형을 늘리려는 IT서비스회사들도 사실상 '비 IT사업' 부문을 확대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IT이외의 매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러한 '비 IT 사업' 부문은 거의 대부분 마진율이 높지 않습니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하기때문입니다.


물론 비 IT사업 부문이라도 그것을 블루오션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이처럼 IT업체들이 비 IT사업 영역에까지 힘을 실을 수 밖에없는 상황의 개선입니다.

◆'선택과 집중'…가혹한가= 누군가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국내 IT업계의 대체적인 정서는 자본력이 튼튼하고 IT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에게 성적지향의 '속도'보다는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대기업 IT서비스회사들이 각자 성장을 하더라도 국내 IT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여달라고 하는 것이죠.

 

즉 국내 IT생태계에서의 선순환적인 역할, IT개발자의 육성, 해외 IT시장의 개척, 소프트웨어(SW) 투자 등에 신경을 써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방향'을 다른말로 표현하자면 '사회적 책임' 정도가 될 수 있을듯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대기업 IT회사들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일방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기업 IT회사들이라고해서 특별하게 용빼는 재주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오히려 어떤 악재에서든 실적을 향상시켜야하는 냉엄한 현실이 있을뿐입니다.

 

그래서 '위기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앞에 단 IT기업들의 소박한(?) 경영개선 실적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한편으로 짠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IT서비스업계에선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선택'이란 미래 성장동력이 될 IT사업을 과감하게 선택하라는 뜻이고, '집중'은 쓸데없이 분산된 비핵심 역량을 정비하고 핵심 역량에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서 '생존'이란 키워드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요구보다는 그들의 위상에 걸맞는‘현실적인’(?) 역할론을 다시 한번 설정해 볼 시점입니다.

2013/09/18 09:26 2013/09/18 09:26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