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은밀히 식량보급 장교를 막사로 불렀다.

"부탁하나만 들어줘라"

"네, 승상 말씀만 하십시요"

"네 목이다"

"......."

"가족들은 잘 보살펴주마"


얼마후 식량보급 장교의 잘린 목이 군영에 높이 걸렸다.


원정을 떠났던 조조의 군대는 전투가 장기화되면서 급기야 식량이 바닥이 나고 말았다.

배급품이 크게 줄자 군사들의 불만은 커졌고, 더 방치했다가는 반란이 발생해 스스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마침내 조조는 꾀를 냈다. 식량보급 장교가 식량을 빼돌리다가 적발이돼 참형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그제서야 술렁이던 군대가 잠잠해 졌고, 그 틈을 타 조조는 사지에서 가까스로 철수할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조조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은 식량보급장교였다.

과연 조조는 위기를 넘겼을까?

위기를 넘긴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식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그 전투에서 후퇴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부반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한 임시변통이었을 뿐이다.


지금 국내 IT업계가 일감이 없어 아우성이다.

말의 성찬만 이어질 뿐 정작 시장에서는 IT불황이 더 깊어지고 있다. 'IT홀대론'은 커지고 있는데 마땅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최근 BSA(사무용소프트웨어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IT경쟁력이 전년대비 8계단이나 떨어진 세계 16위로 랭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는 뭐하냐? 불만이 커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할일(?)을 했다고 딴청을 피운다. 기억에서 벌써 사라졌겠지만 며칠전 MB정부는 눈에 띨만한 IT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름도 거창한 'IT코리아 미래전략'프로젝트.  향후 5년간 190조원을 IT부문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논란이 터졌다. 이미 각 부처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예산을 긁어모으고, 그것도 5년 치를 합쳐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여기 저기서 나왔던 것이다.

특히 KT CEO출신의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매섭게 IT코리아 미래전략 프로젝트의 수치상 허구를 들춰냈다. 

정부(미래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89조3천억원 중 정부투자는 14조1천억원. 그러나 이중 12조6천억원은 중기재정계획에 이미 반영된 것이고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머지 1조5천억원도 정보통신진흥기금과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지경부, 방통위 연례규모의 예산을 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미래기획위원회가 밝힌 5년간 민간투자 175조2천억원이 이번 IT코리아 미래전략예산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남의 떡으로 제사상 차리는 것과 다름아니다. 민간 기업은 시황이 나쁘면 언제라도 지갑을 닫아버린다.

설령 민간기업이 집행한다해도 IT와는 크게 상관없는 돈이다. 175조원중 56.6%인 99조1천억원이 반도체(41조 7천억원)와 디스플레이 분야(57조 4천억원)이다. 이 투자액까지 포함시켜 버려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커진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이미 대기업이 연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엄밀히 말해 IT로 분류하기에도 부담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세한 소프트웨어업체, 콘텐츠 개발, 벤처기업 들에게 나눠줄 주먹밥(?)이다.

무려 190조원을 발표한 정부, 눈 빠지게 IT뉴딜정책을 기대했던 IT업계에 미안함을 느끼고는 있을까?

결과적으로 IT업계는 속이 텅빈 '공갈빵' 맛을 제대로 본 것이다. 허기가 더 느껴진다.

2009/09/21 18:00 2009/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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