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 그리고 이 은행에 자사의 최고 사양 서버인 메인프레임을 공급하고 있는 IBM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써부터 벌어진 것일까요.


최근 국민은행은 IT기획부 산하에 ‘주전산기 기종 검토팀’과 ‘IPT 추진팀’으로 명명된 2개의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습니다.

‘주전산기 기종 검토팀’이 하는 일은 말 그대로입니다.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향후에 유닉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검토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함께 기존 IBM과의 OIO 계약 만료시 재협상에 앞서 합리적 협상안을 다각적으로 미리 검토해보자는 목적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IPT 추진팀’은 올해 4분기 국민은행이 지점, 콜센터 등 1200개가 넘는 전 영업점의 통신환경을 인터넷기반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IT부서에서 지원하기 위한 조직으로, 주전산시스템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2기 차세대 검토는 아니다" = 국민은행측은 ‘주전산기 기종 검토팀’의 성격에 대해 “2기 차세대 추진팀의 성격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계약 만료시점에 임박해서 OIO 협상을 하다보면 우리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T/F를 출범 시킨 것일 뿐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게 국민은행측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검토했으나 결국 OIO 계약 연장으로 입장을 선회한 우리은행의 사례를 주의깊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OIO계약은 IBM 장비 구매시 할인율의 폭넓게 적용되는 IBM 특유의 구매계약 방식으로, 장비구매량및 사용량 등에 의해 할인율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며 계약기간도 5년~7년 정도로 중장기입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4월 개통한 차세대시스템에 앞서 IBM과 1700억원 규모의 OIO 다년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당연히 계약 금액면에서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일뿐만 아니라, IBM 메인프레임의 경우엔 국민은행은 세계 최대 규모의 레퍼런스(21만 Mips)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OIO계약을 2년이나 남겨놓고…무슨 이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국민은행이 오는 2015년7월 말까지 IBM과의 OIO계약을 무려 2년이나 남겨놓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2년뒤라면 국민은행이 ‘2기 차세대’의 그림을 서서히 준비해야하는 시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그보다는 OIO계약이 만료되는 이후 IBM과의 재협상에서 국민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위한 다목적 카드로 보입니다. 정말 ‘2기 차세대’에 무게를 뒀다면 국민은행은 성격상 컨설팅부터 시작했겠지요.

IBM의 입장에서는 '국민은행이 상황에 따라서는 메인프레임을 버릴 수 있다’는 위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마치 얼마전 포스코가 ‘오라클 ERP를 걷어내고 SAP로 갈아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언급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이것이 비록 쉽게 읽히는 수이기는 하지만 당사자인 IBM에게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가뜩이나 IBM은 국내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메인프레임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IBM은 2010년 8월말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진행됐던 비씨카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실패 등 대형 악재가 터졌고 거기에 OIO계약에 따른 패널티 조항 때문에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IBM이 국민은행을 먼저 자극했다? = 한편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민은행이 IBM에 대해 '다운사이징 검토'라는 초강수를 일찌감치 빼든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혹시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이와관련 업계의 정통한 소식통은 '한국IBM쪽에서 먼저 국민은행을 자극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IBM측이 '기존 국민은행과의 OIO의 계약에 적용되고 있는 할인율을 향후에는 적용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얘기를 평소에 흘려서 국민은행을 불안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국민은행측이 '이대로 넋놓고 있어선 안되겠다'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결과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IBM은 제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 됩니다.

실제로도 이번 건과는 크게 관련은 없지만 IBM은 3~4년전부터 로펌을 지정해 금융권을 비롯해 국내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사 솔루션의 실제 사용자수를 파악하는 등 유지보수및 서비스 매출 확대를 위한 강경한 행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기존 고객사들로부터 적지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고객사들이 IBM 이외의 대안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은행이 정말로 IBM과의 결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지 아니면 엄포만 놓을려는 목적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2년후 OIO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해석은 여러 가지 나올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은행은 비즈니스 환경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올해들어 전행적으로 IT를 포함한 비용절감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상황에서는 IBM 뿐만이 아니라 국민은행에 제품을 비교적 우월적인 지위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EMC 등 다른 IT업체들에게도 직간접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연 IBM이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2012/09/06 01:08 2012/09/06 01:08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